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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무렵이었나,

나는 회사서 일하는 산업기능요원이자 학교로 돌아갈 휴학생이었다. 복무만료일은 6월 12일. 그리고 개강은 9월.

대략 2달이라는 시간이 나에게 주어졌다. 무려 3년만에 자유.

연초에 강릉에 놀러갔다 만난 분께 여행 이야기를 들은 이후부터 머리가 간질간질하다.

그러다 아 그래 유럽가자. 하고 덜컥 사버린 비행기 티켓.

6월 21일. 인천에서 부다페스트.

그땐 해야할 일 중 정말 작은 일 하나 했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정말 큰 일이었던 비행기 티켓사기.

어쨌든, 샀다.

 

헝가리를 시작도시로 정한 이유는 정말이지 없다.

터키를 계획했었으나, 시간 상 포기했고 나는 러시아에 갈거니! 갈 나라 중 가장 남쪽의 부다페스트로 가자.

이게 정말 나의 진지한 이유였다.

하지만, 이 선택은 정말 최고의 선택 중 하나였다고 자신한다.

 

여행을 끝낸지 2주가 되어가는 지금도 그렇지만, 왜 내가 여행을 가려했는지, 하는지 잘 모른다.

취직을 하고부터 끊임없이 했던 생각 중 하나가, 놀 수 있을 때 놀자 였다. 우리나라 직장인들 놀 수 없지 않은가.

생산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이목구비 또렷한 서양인들 속에 들어가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뭐 다들 그러는 여행지에서 사색하고 싶기도 했던 것 같고, 여행이 끝나면 내 눈엔 그럴듯한 글이 한 뭉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냥 대책없이 걷고 놀아보고 싶었기도 하고. 이유야 그냥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아니겠나.

하지만 솔직히, 더 넓은 세계를 보자 느끼자 뭐 그리고 영어를 좀 잘해보자 이런 마음은 없었던 것 같다.

 

비행기 티켓은 샀지만, 나는 정말 대책 없었다.

기간 넉넉한 여권도 없었고, 러시아에 가겠다 했지만 비자도 없었다. 뭘 어떻게 돌아다닐지에 대한 생각도 없고,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

차차 준비해서 완벽한 여행을 가야지라고 생각했었지만, 떠나는 그 날까지 나는 비자가 든 여권만 손에 있었을 뿐 그 상태 그대로였다.

무전여행은 아니지만, 무슨 생각이 하나도 없는 여행의 준비과정이었다. 하하

 

3월부터 6월까지 그 긴 시간동안 내가 한 일이라고는

그나마 생애 처음 10년짜리 복수여권도 받고,

 

 

 

 

국제학생증도 만들었다.

 

 

그리고...

없다...

없다..........

 

 

아, 1주일치 호스텔 예약.

 

내가 6월 21일 오후 9시.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손에 쥐어진건 이 것이 전부였다.

 

물론, 모든 일정을 예약하고 그 계획에 맞춰 다니는 여행이 정말 나에게 맞지 않는다 생각하여 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내가 조금만 더 부지런했다면 분명 나는 더 많은 바우처를 들고 비행기를 탔을 것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이 나의 게으름은 내 여행을 즐겁게 해준 가장 큰 공신이 아닐까 싶다.

절대 조급하지 않고, 여유롭게 여유롭게 여유로우려 떠나는 것이 여행 아닌가.

 

여튼,

바야흐로 6월 21일.

 

다음 포스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