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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출근하지 않는 날 오후.
오래간만에 등산을 하고 싶었다. 사실은 일몰을 보고  찍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등산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꼬셔서 같이 출발했다.

비음산은 창원시에 있는 나름 높은 해발고도의 산이다.
위치는 경상남도도청과 창원대의 뒷산 정도라고 보면 될것이다.
해발고도 510m의 꽤 높은 산이며, 도청이 이 산밑에 지어졌다는 사실을 생각 해 본다면,
이 산의 정상에서는 창원시의 거의 모든 부분이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마지막으로 이 산을 올라보고 처음 가보는 것 같았다.
지금 이 산의 밑에는 창원대에 역사를 짓는 KTX고속전철의 철도공사가 한창이었다.
원래 그곳에 꽤 큰 연못이 있었는데.. 공사로 인해 많이 덮어졌다고 한다.



철길공사장 근처를 지나서 들어가면 장승이 나온다.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천하대장군님은 가려져버렸다..
그리고 비음산 자락엔 계곡이 흐르는데, 그 계곡의 이름이 용추계곡이다.

아참 여기서 산행을 시작한 시간을 잘 살펴 봐 주시라. 사진 밑의 exif정보를 보면 마지막에 나온다.



위에서 본 용추계곡 입구로 부터 산 정상까지는 약 3.4km의 코스이다.
1kg이 넘는 카메라와 등산가방 그리고 등등의 것들을 모두 들고가야 했기에 카메라는 몇장 찍다 포기하고 가방안으로 넣어 버렸다.
사실 사진찍기에는 산속이라 광량이 부족해 그리 적당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몇장의 스냅은 남았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들어오는 뜨거운 태양
산소 가득한 공기가 느껴지진 않아요?ㅋㅋ




용추계곡의 매우 일부.
비음산 등산코스에는 용추X교 (1=<X=<8(?)) 즉 용추1교, 용추2교, - - - - - - - .... 이렇게 다리들이 놓여져 있다.
또한 용추출렁다리를 비롯해 몇몇 다리들이 더있어 총 11개인가 12개인가의 다리가 있다.
이 사진또한 그 다리의 손잡이(?)부분에 카메라를 얹어놓고 찍은 사진이다. 그래도 약간의 흔들림이 있는 듯 하다.
아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물이 정말 맑지 않은가.. CPL필터를 마운트해놓았지만, 반사관이 약간은 나타나는 것이 좋을 듯 해 최대로 돌려 사용하진 않았다.


으영차 으영차...
왜 정상은 이리도 먼 것일까.
어머니와 한참을 걸었지만 해는 넘어가고 있고, 정상은 아직도 한참이다.
그렇게 힘겹게 걷던 도중.. 하늘을 보니.. 해가 벌써 넘어가고 있었다..
일몰의 끝자락이었다. 그래서.. 아쉽지만 나무사이로 풀 사이로 떨어지는 해를 찍어보았다.


딱 나무사이로 보이는 태양 !
색온도를 높여서 찍어 그런지 약간 붉은 빛이 강해진 듯한 느낌이다.



이때가 정말 일몰의 끝자락이었다.
실루엣을 좀더 강하게 남기고 하늘의 어두운 부분도 날려보고자 (어느 누군가가.. 사진에서 피사체를 빼라.. 라고 말한게 기억남..ㅋㅋ)
노출은 -2 언더로 하여 셔터를 눌렀다.
호박잎을 닮은 식물의 실루엣과 떨어지는 태양의 붉은색
그리고 아직은 푸른 하늘.
절경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아쉬운 일몰을 지켜보고 다시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매우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렇게 2개의 봉우리를 5분남짓 걷자 아 ! 드디어 정상이 보이는 구나!!


어머니 깜짝출현.
저기 보이는 정자가 있는 곳이 해발고도 510m의 비음산 정상이다.





아싸 빨리 걷자 ! 해서 어서 걸음을 재촉해 걸어갔다.
아 ..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하지만 하늘에 해는 보이지 않았다.
창원시의 대부분의 지역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시간이 이른 탓인지.. 가로등이 하나도 켜지지 않았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야경이라도 찍고 싶었지만.. 또 실패..
그래서 아쉬운대로 파노라마라도 남기고자 몇 장 찍었다.


CLICK TO ENLARGE
파노라마를 너무 대충 찍어 창원시의 모습이 잘 담기지 않았다. 하늘만 잔뜩 담겼을 뿐..
CS5의 content aware fill 기능을 사용해 만든 파노라마이다.
그래서 그런지 하늘과 산이 정말 넓게 나왔다. 하지만 사실은 이렇지 않다는걸 다시한번 말하는 바이다...ㅋㅋㅋ


아........... 이때부터 정말 지옥과 고통의 시작이었다.
생각하고 보니 지금 해가 저버렸다.
하늘이 어두워 지는 것은 정말 금방일 것이다.
물론 야간산행을 많이 하는 산이긴 하지만, 우리 모자에게는 밝은 광원이 없었다.
위험을 느낀 우리 모자는 서둘러 걸음을 재촉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반에 반에 반도 못갔는데.. 하늘이 어두워 졌다.
산속이라 낮에도 어두운데.. 아...
주변은 완전 암흑..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휴대폰액정밝기를 최대로 하고 휴대폰으로 길을 밝히며 천천히 내려갔다.
다행이 어머니께서 자주 다니시던 산이라 길을 모두 알고 계셨기에 제대로 된 길로 내려갈 수 있었다.

그렇게 1시간여를 걸어서 드디어 지상으로 도착..
아.. 그런데 도착하니 이제서야 야간산행을 하는 분들이 번쩍번쩍하는 후레시를 들고 산을 올라가시고 계셨다.. 조금만 일찍 오시지..

어머니와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산에서 내려오자 말자 찍은 사진.
단순히 exif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찍은 사진이다. 사진 밑의 엑시프정보의 제일 오른쪽을 보면 시간이 있을 것이다.
이시간에 암흑같은 산에서 내려왔다니.. 나의 고생이 상상은 가나요?


결론.
1. 높은 곳에서 야경을 찍고 싶다면, 차로 이동가능한 곳으로 가서 찍어라.
2. 산에서 일몰을 볼 생각은 꿈도 꾸지마라.
3. 카메라들고 산행하는 것은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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